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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2021-11-19 13:03:09

러시아의 사상 가장 위대한 작가로 일컽는 레브.톨스토이이는 82세로 영면에 들기 전 2년에 걸쳐 잠언집을 집필했다. 바로 그의 마지막 저서로 알려진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이다. 이 저서는 문장이 간결하여 술술 읽혀 내려가지만 그 내용을 삶 속에서 실천하기는 결코 만만치 않다.

례컨대 그가 쓴 다음의 구절을 보자. ‘잠언집’ 68페지에서 그는 이렇게 갈파하였다. 인간사회는 ‘살인, 도둑질, 정욕, 거짓말, 음주를 다섯 가지 죄로 여긴다. 이들 죄를 피하는 방법은 자기 절제, 소박한 삶, 로동, 겸손, 믿음이다.’

천만 지당한 말이다. 인생의 로년기에 진입한 우리 세대들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황혼길이 가까워 올수록 더더욱 자기수양과 자아반성을 흔히 하게 된다. 최근 우리 60, 70세대의 한 모임에서 누가 제언하지 않았는데도 저도몰래 인생후반기의 마음가짐에 대하여 서로 표백하게 되였다. 그러면서 공감대를 이룬 것이 바로 “해가 가고 나이가 들수록 느끼는 것은 참회요, 주는 것은 겸손이다”는 것이였다. 동시대 지인들의 겸허한 성찰도 백여년전 톨스토이의 잠언과 세대공감을 이루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인간은 한평생 자아완성을 하게 되는데 여기서 독서는 절대적이고 필수적이다. 헌데 이런 독서는 결코 맹목적이여서는 안되는 줄로 안다. 반드시 목적의식적으로 골라서 독서하고 독서하면서 자아성찰로 자아수양하는 경지에 이르러야 할 것이다. 하기에 생의 끝자락에 남긴 대문호의 잠언집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를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있는 것이 아닌줄로 안다.

중국고대의 성인 공자의 《론어(论语)》를 읽노라면 ‘술이편(述而篇)’에 이런 명언이 적혀있다. ‘공부에 열중하다보면 밥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공부가 즐거우면 근심걱정도 다 잊고 늙는 것도 미처 깨닿지 못단다.’ 그래서 몸은 늙어가도 배움에서 젊음을 항상 간직하고서 산다는 얘기다.

이로부터 지난 세기 60년대 중기 주은래 총리가 우리들에게 간곡하게 호소한 격문이 떠오른다. 그는 ‘인간은 늙을 때까지 살면서 늙을 때까지 공부하고 늙어서도 자아개조를 해야 할것이다(活到老, 学到老, 改造到老!)’고 제창했다.

아침노을이 찬란하여 아름답지만 불타는 석양노을도 눈부신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 지난날의 이런 불평, 저런 불만, 여러 가지 후회 등 좋지 않았던 것들을 자꾸 생각하고 떠올리게 되는 것도 인간 상징이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이런 묵은 것에 집념하는 것 자체가 부질없다. 인생은 자기 나름대로 가꾸고 자아성찰, 자기완성하기에 달렸다.

조선조 중기 평생 학문연구에 집념한 대학자 여헌 장현광(1554년-1637년)선생은 <늙으막에 해야 할 일>이란 글에서 ‘언어를 그치고 경영을 끓고 마음을 크게 비우고 사시에 맡겨야 한다’고 하였다. 이 뜻을 풀이하면 늙으막에는 다른 사람의 일에 지나치게 간섭하지 말고 잡스러운 일을 줄여 심신을 피곤하게 하지 말고 마음을 비워 잡념을 끊고 자신의 삶을 천지자연의 리치에 맡기라는 것이다.

같은 시대의 다른 대학자 동계 정온(1569년-1641년)선생도 <백발>이란 시에서 ‘늙으막은 의당 오게 마련인 거로 젊은 시절 호시절이 얼마나 되랴. 백발 본디 나 따르는 물건이거늘 굳이 뽑아 버릴 필요 뭐가 있으랴’라고 읊조렸다.

봄이면 돋아나고 꽃이 피고 여름이면 무성하게 자라고 가을이면 풍성한 열매로 결실을 맺으며 겨울이면 사라져 가면서 다른 새 봄을 잉태하는 것은 대자연의 섭리이다. 인간도 태여나고 성장하고 대를 잇고 늙어가고 사라져가는 것은 한 인간의 삶의 전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인생의 전반생이 끝나면 완전히 끝난 것이 결코 아니다.

그래서 오늘도 필자는 백화가 만발한 눈부신 꽃밭에 서서 더욱 저녁에 불타는 황혼의 아름다운 노을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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