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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썩은 배미에 가보고 싶다- 마성산​

2022-04-18 14:56:05

엊저녁이다. 저녁상을 물리고 난 나는 할일없이 텔레비전 프로를 보고 있었고 안해는 친구에게 줄 두리모자를 뜨고 있었다. 두리모자는 벌써 네개째 뜬다. 봄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녀성들에게는 모자가 필수로 되는 모양이다. 그냥 모자가게에서 사다 써도 될 수 있을텐데 기어이 실로 떠서 쓰는 게 리해가 안 간다.

전화벨이 울린다. 한국에 있는 딸애로부터 위챗 련락신호가 온 모양. 핸드폰을 열어보니 광주리에 넘쳐나게 수북히 담겨있는 민들레의 영상을 보내온 것이다. 싱싱한 민들레 광주리를 가운데 배경으로 비쳐지는 손주녀석과 딸 그리고 사위의 웃는 모습이 화면을 메웠다. 마치 정성스런 품을 들여 배치한 촬영사의 작품인양 한편의 아름다운 시를 닮아있었다. “봄이 왔어요!” 핸드폰 속의 영상은 그렇게 분명히 말하며 웃고들 있었다.

“오늘 썩은 배미에 갔댔어요. 아유 양지쪽에 민들레가 쌔고 버렸어요.” 사위가 웃으며 자랑스레 말한다. 안해가 묻는다. “뭐? 썩은 뱀이라구?” “아, 재작년에 내가 아버지하고 갔던 그 썩은 배미라는 곳 있잖아요? 썩은 배미라구요.”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말하는 사위의 표정은 그렇듯 여유롭고 환하다. “썩은 배미라는 곳이 있소. 나두 갔댔구.” 나도 언젠가 갔댔다는 긍지에 젖어 안해한테 해석조로 그리고 자랑스레 말한다. 사실 나 자신도 그곳에 가봤지만 그곳 이름이 썩은 뱀인지 썩은 배미인지 딱히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확실히 한국에서는 고장 이름을 유별나게 짓는다. 무슨 방구마을이요, 대가리요 양산시요 소주리요 하면서 말이다. 말로는 썩었다고 부르는 곳이건만 정작 가보니 산수가 조화되여 수려하기로 이름 있는 곳이였다. 지금 그 고장은 완연한 봄이 무르익은 것만은 의심할 바 없다. 바구니에 담긴 민들레가 그것을 잘 말해주고 있었다. 우리 내외는 싱싱한 민들레를 바라보며 애들과의 대화를 아쉽게 끝냈다.

온역이 우글대는 와중에도 내내 같혀있어야만 했던 지겨움과 스트레스를 풀겸 확 트인 들을 찾아 푸른 랑만을 캐온 자식들이 대견스럽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였다. 하여 나는 오늘 봄을 느끼려고 동구밖으로 나온것이다.

여기는 북방중의 북방이다. 그래도 경칩이 지나고 래일 모레면 춘분인지라 낯을 스치는 바람결부터 달랐다. 서남쪽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에는 느껴질듯 말듯한 온기가 슴배여 있었다. 한낮의 해볕은 따스한 온기가 있어 길옆이나 경작지의 눈을 거의 녹여 땅에 물기가 번지게 했다. 길섶 가로수의 가느다란 가지마다 발그스레하고 뾰족뾰족한 잎망울이 부풀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 잎망울들은 존재의 표적을 과시하면서 한사코 우를 향해 몽오리를 치켜올리고 있었다. 그것은 몽오리가 아니라 랑만의 싹이였고 꿈의 씨앗이였다. 두리번거리며 봄을 찾아보았다. 엊저녁 보던 파아람은 보이지 않았지만 경작지의 부풀어오른 검은 흙은 분명 봄기운을 머금고 있었다. 봄기운을 머금은 검은 흙은 북방인 이 고장 이른 봄의 가장 대표적인 표적을 이룬다. 그리고 엊저녁 한국에서 보내온 파아람과 선명한 대조를 이루면서도 그 파아람을 잉태하고 있음을 나는 모르지 않는다…

아마 3년전이였던가? 우리 내외는 맛나는 도시락을 챙겨메고 봄나들이 삼아 산으로 갔었다. 때는 바로 5월 중순인지라 오늘 같은 검은색이 아니라 완연 푸른 랑만의 색으로 장식된 무르익은 봄의 세계였다. 우리 내외는 서로간의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고사리와 고비를 꺾었다. “이봐요.여긴 고사리 천지구만요.” 이따금씩 안해는 찬탄에 젖은 신호를 나에게 보내온다. 그러면 나는 안해가 있는 곳으로 향하군 하였다. 앙증맞은 아기의 포동진 손같은 애고사리를 꺾어나가는 그 재미 또한 별미였다. 가져간 망태기에 넘치게 고사리를 꺾었다. 종일 넉넉한 봄기운을 느끼며 푸른 색을 헤집고 다녔다. 안해의 얼굴은 따스한 봄기운에 발가우리하게 상기되였고 나의 몸에서도 땀이 났다. 해묵은 나무 그루터기를 찾아 짐을 벗어놓고 앉아 쉬면서 우리 내외는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봄나물을 넉넉히 채집해서 좋았고 푸른 봄을 만끽하여서 좋았다. 그날 우리는 잊을수 없는 좋은 하루를 만들어냈다. 푸른 봄을 만끽하면서 랑만에 잠겼던 그 날…

다시 사방을 두리번 살펴본다. 물기를 머금은 길옆에는 아직 푸른 싹이 보이지 않고 구불구불한 신작로가 서쪽을 향해 뻗어있다. 신작로 량쪽의 논두렁과 검은 경작지의 묵은 밭이랑이 신작로의 리듬을 따라 구불구불 뻗어나갔다. 봄기를 슴배인 바람은 나무를 깨우고 검은 땅을 깨워준다. 자연의 봄은 북방을 점령하여 푸른 랑만으로 세상을 장식해보려고 꾀하고 있다. 문득 당조 시인 두보의 시구가 떠오른다. “시국이 어지러우니 피는 꽃 보아도 눈물지고 리별이 한스러워 새울음 들어도 놀라노라” 자연의 봄은 찾아왔어도 혼란때문에 나라와 백성을 두고 걱정하는 시인의 마음이 엿보이는 구절이다. 어쩌면 자연의 봄은 찾아 왔지만 온역으로 하여 란을 격어야 하는 오늘의 현실을 그려낸듯 싶다. 어찌하건 암울하고 숨막힐 듯 답답한 이 온역의 대란은 오래가지 못할 것임은 불보 듯 하다. 북방의 검은 흙은 이제 풍성한 푸르름으로 탈바꿈할 것이고 물기를 머금은 저 가지의 잎몽오리는 랑만에 넘치는 무수한 푸른 잎 세계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때가 오면 또 다시 종일 푸른색을 밟으며 싫도록 다녀보리라. 홀연 엊저녁 한국에서 보내온 영상이 떠오른다. 안해와 함께 썩은 뱀인가 썩은 배미인가 하는 곳으로 가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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