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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전 토템시의 문화상징(2)

곰-백의민족의 시조모(始祖母) - 현춘산

2022-02-14 14:09:13

단군신화는 우리 민족의 중요한 시조토템신화로서 4300여년전 천신(天神) 환웅의 하강과 더불어 사람되기를 소원한 곰이 녀성으로 변신해 천신과 함께 단군왕검을 탄생시킨 이야기를 담고있다.

천신과 지신(地神)의 결합에 의한 단군의 탄생은 토템탄생인바 단군의 탄생에서 모친 역할을 했던 웅녀(곰)는 단군의 모친토템이다.

곰의 서식처는 눈내리는 북반구의 광활한 지역이고 곰은 동면동물이다. 고대인들은 곰의 동면을 죽음으로 여겼고 봄에 동면에서 깨여난 곰을 달처럼 재생의 존재로 여겼던 것이다. 이렇게 곰은 삶과 죽음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고대인류의 동경을 자아낸 초자연적인 능력과 중단있는 영생의 상징이였다.

시베리아 원시민족의 가장 큰 제의(祭仪)가 웅제(熊祭)였고 아이누족도 웅제를 장엄한 축제로 삼았다.

중국고대에 황제(黄帝)의 모친이‘거인’(곰)의 발자국을 밟고 임신하여 황제를 낳았다고 해서 황제의 토템은 곰이였고 오르죤족도 곰을 토템으로 삼는다.

우리 민족도 예로부터 곰과 정신적으로 밀접한 관계였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많은데 웅진(態津), 웅강(熊江), 웅산(熊山), 웅천(熊川), 웅촌(熊村) 등 지명이 그러하다. 여기서 한가지 례만 든다면 웅진에 대한 전설이다. 나무군을 사모하여 쫓아오던, 녀자로 변한 곰이 빠져죽은 곳이여서 웅진(곰나루)으로 되였다는 것이였다.

옛날 우리 선조들이 곰을‘곰할매’라고 존칭으로 불렀던 것도 경외심에 의해서였다.

곰의 이름으로 명명된 지명들과 곰에 대한 전설이나 지칭 역시 우리 민족의 곰 숭배가 유구하고 보편적이였음을 설명하고 있다.

남영전 시인은 토템시‘곰’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덩쿨풀 뒤얽힌 어두운 수풀을 지나/물풀 우거진 황량한 수렁창 건너/유구한 세월 엉기엉기 기여나와/쓸쓸한 굴속에 갇혀살았더라/쓰고 떫은 쑥 맛볼대로 맛보았고/창자 끊는 마늘 맛 씹고 씹었다/별을 눈으로/달을 볼로/이슬을 피로 삼아/련꽃처럼 예쁘장한 웅녀로 변하여/이 세상 정령의 시조모 되였더라’

곰이 소원대로 사람으로 되자면 어려운 조건이 있었으니 그것은 고대에 첫 경혈(经血)이 있는 소녀들에게 행해지는 성인식같은 통과의례를 거쳐야 했다. 소녀가 녀성으로서의 첫 징조를 보이면 일정한 기간 외계와의 련계를 단절시키고 식물과 약으로 피를 정화시켜야 했는데 마늘과 쑥이 바로 그런 작용을 하는 식물이나 약으로 알려졌다. 거치른 수풀, 황량한 수렁창, 쓸쓸한 동굴에서 살던 곰은 바로 마늘과 쑥을 먹는 간고한 수련을 거쳐서야 인간으로 될 수 있었다. 말하자면 곰은 묵은 상태로서의 곰이 아닌 새로운 상태로서의 사람으로 태여난 것이다. 열반과도 같은 수련을 거친 곰은 완전히 새로운 생명으로 태여나 천신(天神) 환웅과 결합하여 민족의 시조 단군을 탄생시킨다.

‘도도한 물줄기 현금 삼아 튕기고/망망한 태백산 침상으로 꾸렸나니/천궁의 천신을 모셔다/신단수 아래 즐기게 하고/숲속에서, 황야에서, 바다가에서/사냥, 고기잡이, 길쌈도 하여/노래하고 춤추면서 즐거이 노닐었거니/세상은 일월처럼 빛나서/천지를 쨍하게 비추었더라’

도도한 물줄기를 현금 삼아 튕기고 망망한 태백산 침상으로 꾸린 우리의 시조모는 보통인간이 아닌 이 땅의 신령이다. 그러기에 그는 망망한 태백산을 침상으로 꾸리고 천신을 맞아 결혼을 한다. 그들의 결혼은 천신(天神)과 지신(地神)의 결합이고 신성결혼(神性结婚)이였다. 시베리아의 일부 종족은 실제로 곰을 숲속에 사는 저희들의 조상이라고 믿는가 하면 곰을 지신(地神) 그 자체라고 여긴다.

천신과 지신의 결합으로 하여 민족의 시조 단군이 탄생하고 인간세상이 열린다. 숲속에서 황야에서 바다가에서 사냥하고 고기잡이하고 길쌈도 했다는 것은 우리 민족의 유구한 력사를 말해준다. 사냥과 고기잡이는 남성들의 몫이고 길쌈은 녀성들의 몫이다. 이것은 모계씨족사회가 부계씨족사회로 이행된 후의 일이였다. 곰(웅녀)은 이처럼 유구한 력사를 지니고 순박하고 근로하며 락관적인 전통을 지니고 있는 후대를 번식시킨 시조모(始祖母)이다.

‘엉기적/엉기적/엉기적/우람한 산악을 끄는 그림자/태고의 전설속에 엉기적/백의의 넋속에 엉기적/요원한 미래속에 엉기적’

여기에서 반복되고 있는‘엉기적’이라는 형용어는 느릿느릿 걷거나 기는 모양을 가리키는데 이 시구에서는 우람찬 체구의 곰의 둔중한 걸음걸이라기보다 난관앞에서도 침착하고 름름한 걸음걸이로 안겨온다.그 꾸준하고 끈기있고 집요한 추구로 하여 곰(웅녀)은 백의 민족의 력사와 현실 그리고 미래속에 영생할 조상신이며 우리의 시조모임을 상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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