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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 아버지의 초상 - 김동규

2021-12-12 15:07:15

稿件详情 땅 속에서 솟아나 얼기설기 엉킨 나무뿌리를 볼 때마다 아버지가 생각난다. 퍼어런 이끼가 더덕더덕 붙어있는 바위를 보면 아버지가 생각난다. 투정없는 인생을 살아가는 황소를 보면 아버지가 생각난다.

봄하늘에 기러기가 끼룩끼룩 울고 남몰래 풀린 개울은 돌돌 노래 부르고 언덕받이에는 꽃다지가 파랗게 웃고 아지랑이가 바글바글 끊는 봄날이였다. 내가 아버지를 마중가는 길에 우리집 멍멍이가 다리에 칭칭 감기고 내 코구멍에서 흘러나온 누런 코물이 입안으로 흘러들어 집질할 때, 고무신으로 발발 기여든 모래알이 발바닥을 따끔따끔 물어 뜯고 멍멍이는 바람처럼 앞으로 달려가 콩콩 짖으며 뛰여갈 때, 아버지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봄나무를 쪽지게에 지고 집으로 돌아온다.

아버지가 해온 나무가 부엌에서 타닥타닥 타오르면 밥가마안에서 감자가 익어 터지면서 풍기는 냄새가 구수하게 집안을 진동한다. 마당에서 비자루를 들고 마당을 쓸던 아버지는 집앞 나무에서 꽁지를 촐싹이는 까치를 보면서 마음은 벌써 앞벌에 가있다.

아버지와 밥상에 마주앉으면 물김치를 자시는 아버지의 입다심 소리에 공연히 식욕이 발동해 아버지 본새로 정신없이 물김치를 퍼먹다가 사레가 들어 콜록거리며 기침을 하면 아버지는 자기 그릇에 있는 감자를 내 밥사발에 놓아주면서 거쿨진 손으로 내 잔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었다.

불알친구들과 혹부리할매네 살구를 훔쳐 먹던 날은 오이꽃처럼 순한 어머니 눈보다 피마주 열매같은 아버지의 눈길이 떠올라 공연히 불안해나는 마음을 다잡으며 아버지의 눈길을 피한다. 아버지의 기침소리에도 화들짝 놀라 고추에서 오줌을 찔끔 흘리며 다시는 혹부리할매네 살구를 넘보지 못했다.

누나와 싸우던 날 누나의 야들야들한 볼을 할퀴여 범벅이를 만들어 놓고 아버지의 매가 무서워 다락에 올라가 빠훌리강의 다리 우로 지나가는 화물차를 보면서 한숨을 쉬는데 아버지의 저녁밥 먹으라는 소리에 다락에서 내려오다가 마당에서 만난 아버지에게 우리집 햇병아리가 토실토실 귀엽다고 엉뚱한 말을 하고는 혼자서 히히히 웃었다.

남달리 성질이 꽁한 어머니가 종종 자질구레한 일에 도달도달 잔소리를 해도 아버지는 귀머거리처럼 돼지죽이 볼롱볼롱 끊는 죽가마를 들여다 보면서"주일장에 가서 돼지새끼 두마리를 더 사와야지"라고 중얼거렸다.

학교에서 락제를 한 시험지를 받고 집으로 돌아와 책가방을 다락우에 감추고 일밭에서 돌아온 아버지의 눈길을 피하면서 아버지가 시험지를 보자고 말할가봐 솔잎같은 수염이 듬성한 아버지의 입만 고집스럽게 바라보며 정신없이 조밥을 우겨넣다가 콜록콜록 조밥알이 사처로 도망갈 때 허허 웃던 아버지의 웃음소리는 어린 가슴에 어떤 편달로 되여 따끔거리며 파고들었다. 여름의 록색이 끈적거리며 흐르던 여름, 아버지가 일하는 논으로 갔더니 소금이 내배인 등거리를 걸치고 두렁에 앉아 엽초를 풀썩풀썩 태우시는 아버지의 등으로 땀배인 김이 서릴 때 나는 벼들이 익어 출렁이는 가을을 보았다

꼬리가 금방 잘린 개구리들이 풀밭에서 졸고 있는 자드락길로 아버지가 끌고가는 소잔등에 앉아 버들피리를 빌리리빌리리 불 때면 잠자리들이 너울너울 춤추고 마을에서는 저녁연기가 자욱한데 아버지의 손에는 거위풀이 쥐여있다.

아버지에게는 친구도 많았다. 밤중에 두런두런하는 말소리에 일어나 보면 언제 왔는지 아버지 친구들이 술상에 모여 앉아 김치한포기 상우에 놓고 목을 후려치는 독한 술을 기울였으며 나는 별로 흥취도 없는 아버지 친구들의 잡담을 듣다가 다시 굳잠에 빠져버리군 했다.

아버지가 주무시는 방에는 땀에찌든 목침이 있고 벽에는 벼이삭과 조롱박이 걸려있다. 한쪽에는 고리짝이 있고 고서 몇책과 패물함이 있는데 그 속에는 액면이 각각인 지페가 있고 엽초를 담아둔 담배통에서는 역한 찐내가 진동한다. 나는 집이 비여있는 날이며 아버지 방으로 들어가 목침을 베고 깍지다리를 하고 놀았다.

동생이 태여나 두달만에 불치의 병으로 죽던 날 아버지는 동생을 가마니에 둘둘 말아가지고 여름비가 내리는 뒤산으로 갔다. 나는 그날 아버지가 우는 것을 보았다. 아버지는 혼자서 울었다. 아무도 몰래 혼자서 운다. 하늘만 알고 아버지만 아는…

용기를 잊은 것도 열정이 사라진 것도 아니건만 쉬운 일보다 어려운 일이 더 많아 아버지의 숨소리는 언제나 무직했고 살아가는 일이 버겁고 무엇하나 만만치 않아도 책임이라는 말로 인내를 배우고 도리라는 말로 노릇을 다할뿐이였다.

나는 칡뿌리같은 아버지의 인내에서 분발을 배웠고 아버지의 헌신에서 이 세상에 이렇게 묵묵한 사랑이 있다는 것을 터득했다. 나는 아버지의 근면함에서 노력의 단맛을 보았고 아버지의 관용에서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를 알았다.

내가 여름의 산보다 겨울의 산을 좋아했던 것은 겨울산의 라목이 아버지였기 때문이다. 나는 걸어 갈 것이다. 아버지가 찍어놓은 얼기설기한 자국을 따라 꽃이 피는 인생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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