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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사막에서 뜨는 별 - 류선희

2021-12-12 15:07:39

아득히 먼 밤하늘에 별 몇개가 떠있다. 외롭게 걸려있는 이 희미한 별들을 바라 보노라니 어릴 때 기억이 선하게 떠오른다.

쪽걸상을 딛고 올라서면 턱을 고이기에 딱 좋은 우리집 창가에는 별도 많았다. 엄마 말로는 그게 우리가 살았던 첫 집이라고 한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다 함께 붐비며 살았던 단층집은 구들장판 노랗게 그을린 자리가 유난히도 엉덩이가 따가웠던 따끈따근한 집이였다.

겨울에는 쌓아놓은 장작개비를 쏙쏙 빼서 남자애들과 칼싸움하다 그 장작개비에 할머니에게 얻어맞던 기억도, 아래 마을에 있는 큰아버지집 가는 길에 울바자 밖에 숨어서 뉘집 검둥이를"꼬독꼬독"하며 놀리다 잠긴줄 알았던 사립문 사이로 검둥이가 뛰쳐나와 바지에 오줌을 지리며 냅다 뛰던 기억도 난다. 다행히 검둥이는 순둥이였고 끝까지 슬렁슬렁 나를 뒤따라 오다 우리 할아버지한테 쫓기였다.

조선사람 중국사람 땅 따먹기 합시다. 웃으면 안됩니다. 합!

"할배 우린 무슨 사람이야?"

어릴 때 늘 할아버지와 이 게임을 하다가 문뜩문뜩 물어보곤 했다. 그때마다 할아버지는 나를 쳐다보며 허허 웃으시다 머리를 연신 쓰다듬으며 알려준다.

"우린 조선사람이지, 허허허"

얼마후 우리는 고향을 떠나 타지로 또 옮겨가고 수도없이 이사를 했다. 그 때마다 높아지는 창턱만큼이나 내 키도 훌쩍 커져서 어느새 나는 할아버지와 나란이 서서 창밖의 별들을 찾아보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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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 밤하늘은 왜 시커멓기만 하고 별이 보이지 않을가? 도시의 밤하늘은 그저 별 모양의 빛이 드문드문 투영된 둥근 천장이 외롭게 흘러가는 검은 구름들을 살짝 껴안았다 흘러 보내군 했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할아버지에게 왜 별이 안 보이냐고 투정 부리지 않았다.

지금도 할아버지의 그 눈동자가 아련한 기억속에 떠오른다. 그때는 몰랐지만 아마 할아버지도 고향과 떠나간 형제, 소시적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언젠가는 꼭 만나겠지 하는 바램들을 띄염띄염 떨어져있는 별들에게 이야기 하고 있었을 것이다.

"할배, 어째 또 움다? 울지 마쇼 에?"

"아이고 다 큰 손녀앞에서... 로망나 그랜다. 늙으면 이렇네라. 허허"

보풀이 일대로 인 옛 고향사진들을 쳐다보며 고향을 그렇게도 그리워하시더니 할머니가 먼저 떠나간 뒤에는 할아버지의 가슴속에 골이 점점 더 깊어져 무엇으로도 메꿔지지 않아 눈물 훔치는 차수가 늘어갔다. 그럴수록 할아버지는 창가에 더 많이 매달리셨다. 몇개 보이지 않는 별들을 보며 욕쟁이 할머니를 들릴 듯 말듯 부르군 했다. 할머니는 분명 할아버지에게 아득해서 갈 수 없었던 고향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로친네 평생 그렇게 잔소리만 하더니… 저기 가서는 좀 잔소리하지 말구 사우. 거긴 귀한 분들도 많을텐데. 거기 가서는 다 모여서들 살지?"

그런데 그런 할아버지마저도 지금은 어디로 간걸까?

갑자기 차오르는 그리움과 향수에 나는 사막에 혼자 버려진 것처럼 서글프기 그지없었다. 고향을 등지고 낯설고 외로운 도시사막에서 오아시스의 꿈을 꾸면서 지독한 고독의 사막을 횡단하는 사람들이 서로들 그렇게 불모의 모래벌판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며 살아가고 있다. 바쁜 일상이 모래바람같이 불어치고 머리에 진 보짐이 불덩이 되여 정수리를 내리쬘 때 혼곤한 삶은 서로에게 마음의 고향이 되여 부둥켜 안으며 쉬여간다.

그러나 그 마음의 고향마저도 잃어버린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돌아간후2년뒤에 따라가셨다. 그래서 이제는 그 정다운 할아버지의 목소리마저도 늘 흥얼거리시던 노래소리마저도 더이상 들을 수가 없다.

우리 할아버지는 언제나 노래 순서가 똑같았다.'고향의 봄', 다음은 우리 민요'아리랑', 그 다음은'눈물젖은 두만강'. 이런 노래를 나직히 부를 때마다 할아버지 눈가엔 이슬이 반짝이였다.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리면 빼놓을 수 없는 게 가족과 함께 사막에서 별구경했던 기억이다. 내몽골에 있는 할머니 친척집에 갔다가 밤에 별구경 한다며 몽골포 밖에서 비가 내리 듯 쏟아지는 별들을 바라보다 갑자기 얼굴에 쏟아질가봐 할아버지를 꼭 끌어안았다. 모닥불을 피우고 별똥별만 떨어지기를 기다리다 두 손 모아 소원을 빌던 나는 더 많은 별똥별이 떨어지게 해달라고 빌었었다. 초록광선을 그으면서 떨어지는 별똥별들을 저그만치 서른개 넘게 보면서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동생을 위해 소원을 빌고는 한국 간 두 이모, 일본에 가있는 사촌동생, 러시아에 있는 고모를, 그리고 멀리 상해로 이사간 단짝친구 연희까지 위해 소원을 빌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설이면 만날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빌려다가 하도 별똥별이 더 안 떨어져서 기다리다 잠들었다.

그렇게 많은 별들이'불모지사막'에 꽁꽁 숨어있었으니 어딘가에도 구석구석 수많은 별들이 소리없이 반짝이고 있겠지? 저 맞은켠에 띄염띄염 섞여 있는 불빛처럼 꺼졌다 밤이면 또 다시 영낙없이 켜져서 언젠가는 저 하늘 가장자리에 가장 빛나는 별들로 무리지어 더 밝게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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