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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소녀와 박꽃 - 림만복

2021-12-12 15:07:55

마을어귀에 한 아담한 기와집이 서있다. 옆에는 자그마한 창고가 있다.

집 출입문이 살짝 열리더니 하얗게 생긴 어린 소녀가 나온다. 어린 소녀는 따스한 햇빛을 받으며 주변을 휘- 둘러보더니 창고 지붕우에 하얗게 피여난 박꽃에 눈길을 문득 멈춘채 오래도록 유심히 바라본다. 소녀에게는 소담한 그 박꽃이 매우 신기하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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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동안 멍하니 그 꽃을 쳐다보며 서있던 소녀는 마침내 창고옆에 세워져있는 사다리를 타고 한층한층 올라간다.

담담한 향기를 풍기는 박꽃은 산들산들 불어 오는 미풍에 연한 꽃잎을 한들한들 춤추 듯 흔들면서 마치 올라오는 그 소녀가 그지없이 반가운 듯 방긋이 웃는다.

소녀는 가까이 다가가 꽃을 보면서"야, 예쁘다!"라고 환성을 지르면서 생글생글 웃는다.

그러다가 고개들어 앞을 내다본다. 저기 먼곳 희미한 운무 속에 잠겨있는 듯한 산발들이 언뜻언뜻 눈앞에 안겨온다. 소녀는"와-! 너무 멋있는 산이다."라고 또 환성을 올린다.

한폭의 아름다운 수채화가 펼쳐진 듯 너무 황홀한 산모습에 이끌려 소녀의 눈빛이 더더욱 빛나며 반짝인다.

소녀가 꿈 속에서 도취되여 있을 때 하늘에서 비행기 날아예는 엔진소리가 들려온다.

푸른하늘엔 이따금 하얀 솜뭉치같은 예쁜 구름이 뭉게뭉게 피여있고 비행기는 그 신비한 구름 속을 누비며 자유로이 서서히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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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디맑은 날씨에 어디선가 더운 바람이 불어오더니 어린 소녀를 살풋이 감싸 안아준다. 소녀는 그 바람을 그리운 엄마의 향기로 느껴보며 두눈을 꼭 감고 포근함에 잠겨본다. 소녀에게는 이 짧은 순간이 가장 달콤하고 따스하게 느껴진다...

2년전만 해도 봄이 오면 소녀는 앞뜨락에서 아버지가 땅을 파고 여러가지 채소와 박씨를 심는 것을 구경하였다. 심어놓은 채소들은 아버지의 알뜰한 손끝에서 푸르싱싱 잘도 자랐다.

여름이 되면 아버지는 땅에서 자라는 박넝쿨과 박꽃이 지붕우에 오르기 쉽게 새끼줄을 곱게 달아매주군 했는데 그럴 때면 소녀는 그것을 신기하게 바라보군 하였다. 그러면서 소녀는 쬐꼬만 두손으로 턱을 고인채 호기심으로 골똘히 지켜보며 아빠가 들려준'흥부와 놀부'의 이야기를 련상하여 본다...

드디여 가을이 되면 수박처럼 크게 둥굴게 잘자란 박을 따서는 톱으로 슬슬 켜서 두쪽으로 쩍 갈라 하얀 속과 씨들을 파내고 잘 다듬어서 바가지 만들어 사용했었다...

그런데2년전 아빠와 엄마는 소녀를 할머니한테 맡기고는 한국에 갔다. 소녀를 돌보러 온 할머니는 박씨를 심지 않으려 했으나 소녀가 기어코 심으라고 하니 이렇게 심었던 것이다.

소녀의 엄마 아빠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환히 들여다보고 있는 듯 박꽃은"얘, 너 오늘 엄마 생각이 나서 나하고 놀려고 올라온 것 맞어?"라고 묻는 듯 박꽃을 만져 보는 소녀의 손등을 살며시 간질군다. 소녀는 생각에서 깨여나 박꽃을 만지면서 말했다.

"맞어, 난 요즘 그냥 엄마 아빠를 보는 꿈을 꾸고 있어. 오늘은 할머니가 어디론가 일보러 가서 심심하기도 하고 또 니가 너무 예뻐서 가까이에서 보고파 올라왔어 그런데 올라와보니 니가 이렇게 높고 넓은 하늘과 저 아름다운 산들을 신선처럼 바라보며 여기서 살고 있는줄은 난 몰랐어." 라고 속삭였다.

박꽃에 대한 호기심으로 지붕우에 올라온 소녀는 산발들과 높고 푸른 하늘이 한결 더 아름답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소녀는 지면에서 보는것과 지붕우에서 보는 시야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비행기처럼 높이 자유롭게 날아서 저 아름다운 환상의 세계로 가보고 싶다는 생각에 한동한 골똘하게 잠겨본다.

박꽃에 대한 애틋한 그 무엇인가 알고파서 지붕우에 올라간 소녀는 또다시 박꽃을 떠나서 새로운 희망과 소원이 싹트기 시작한다.

(비행기가 날아서 찾아가는 저 산넘어에는 한국이 있을거야. 엄마 아빠를 태운 비행기도 바로 저 산뒤로 날아갔잖아? 엄마가 떠나실때 이 박꽃이 세변 피면 돌아온다고 하셨으니까 인제 한번만 더 피면 되는구나. 호-)

소녀의 가슴에는 환상과 기대가 가득 서려있었다. 사다리 타고 올라올 때는 박꽃에 대한 애착과 그리움을 가지고 올라왔지만 사다리 타고 내려올때는 그 넓은 공간에 대한 많은 동경. 꿈을 지니고 내려왔다.

소녀는 집안에 들어갈념하지 않고 하염없이 먼 곳만 초점없이 멍하니 바라본다.

이때 하늘에서 기러기떼 줄지어 날아간다. 소녀의 마음은 기러기와 함께 멀리 날아 엄마 아빠를 찾아보고싶은 애절한 심정이다.

소녀는 끝없는 기다림으로 하늘과 먼 산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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