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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 리 별 - 김성금

2021-12-12 15:09:55

"인젠 생리가 더 이상 올 거 같지 않네요. 자궁벽이 두텁지 않고, 자궁크기도 줄어들었습니다."

몇달째 끊긴 생리걱정보다도 란소암으로 돌아가신 엄마의 유전 같은 거라도 있을까봐 병원을 찾은 나에게 초음파검진을 끝낸 의사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이다.

예상 못했던 건 아니지만 또 녀자라면 누구나 꼭 한번은 겪는 일이지만 그것도10월의 마지막 날에 이젠 블랙홀이 없는 여자가 아닌 그저 늙은 녀인으로 남게 되였다는 판결이 왠지 마음이 씁쓸하다.

백세인생시대에 마흔아홉이면 아직 청춘인데, 이 나이에 아직 막둥이를 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도 아직은 멋있는 남자를 대하면 수줍어 얼굴이 화끈거리고 심장이 벌렁거리는데, 또래 친구들은 거침없이 생겨나는 흰 머리칼 땜에 스트레스 받아도 난 아직 흰 머리칼 한올도 찾아볼 수 없는데 그리고 아직은 약병에 적힌 깨알 같은 글자도 돋보기 없이 읽어낼 수 있는데 벌써 블랙홀이 말라간다니?…

전에는 그날이 오면 거추장스러워 오늘 같은 날을 부러워했었는데 정작 홀가분해진 그날이 시작되니 인생의 고봉기를 찍고 젊음과 늙음의 분수령에 다다랐다는 징표가 된 듯싶어 씁쓸해지는 마음은 또 무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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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마치 초겨울 힘없는 바람에도 우수수 떨어지는 락엽이 된 것 같아서. 그 락엽도 필경은 추운 꽃샘추위를 이겨내고 봄에 파랗게 돋아나 작열하는 여름 태양 속에서 빨갛게 노오랗게 익어 가을풍경을 장식해주다가 리별을 작심한 나무들이 수분공급을 멈추니 생을 함께 했던 나무 곁을 떠나야 하는 게 아닌가.

우리의 인생사도 자연의 리치를 떠날 수 없다. 끝남이 있어야 새로운 시작이 있을 수 있듯이 나의 오늘의 생리의 리별이 또 다른 나의 인생의 시작이 아닐까 싶다.

설사 내가 백살을 산다 해도 아직 남은 인생 딱 반이 남았으니 반백을 련습해오면서 배우고 느낀 것들을 잘 총화하여 멋진 단풍잎들이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하고 떠나듯이 나도 아직 남아있는 불타는 정열을 다 태우고 떠나야겠다고 다짐해본다.

10월은 리별의 계절이지만 또 다른 시작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오늘 나는 생리와의 리별로 새 생명을 잉태할 수 없다는 선고를 받았고, 그래서 또 누군가의 엄마라는 수식어 하나 더 만들 수는 없게 됐다. 하지만 반백이 되여서 시작한 문학공부를 출발점으로 우주라도 담을 수 있는 더 넓은 나의 마음속에 문학이라는 새 생령을 잉태함으로써 가을이여야만 피는 저 국화꽃처럼, 가을에도 다시 피어나는 저 민들레꽃처럼 봄에 피고 지고, 여름에 피고 지고 간 화려한 꽃들의 애달픈 여운을 달랠 수 있을 것이다.

국화꽃이 필경은 봄보다 꽃을 늦게 피워도, 여름보다 꽃을 늦게 피웠어도, 또 다른 매력으로 소슬한 가을 추위에 움츠러진 사람들한테 사랑을 받고 있듯이 나도 나의 갱년기 인생인 가을 뜨락에서 문학의 꽃을 알록달록하게 피워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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