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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 6월의 록색 터널 속에서- 주해봉

2021-11-20 10:18:20

또 하나의 여름이 왔다. 매양 록음방초 우거진 여름이 다가오면 초록빛 물결로 넘실대는 울울창창한 푸른 숲을 그리게 되고 그 드넓고 아늑한 품에 안겨 지친 심신을 잠시나마 헹구고 싶은 것이 또한 나의 작은 소망이다.

그래서 회색빛 도심에서 벗어나 나 홀로의 사색에 젖을 수 있는 오롯한 자유의 공간을 찾아 충남 금산군에 위치한 진악산을 찾았다.

깊고 큰 풍류가 있는 산이란 뜻을 지닌 진악산! 세시간을 꼬박 달려 도착한 고려인삼의 종주지 개삼터 공원주차장! 웬지 여느 때와는 너무도 대조되게 산행 인원을 박아실은 고속버스들의 모습이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밉살스러운 코로나의 작간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을 사랑하는 아니, 산을 껴안고 싶고 산을 가까이하고 싶은 나의 간절한 마음만은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끝내는 산행을 단행하게 된 나의 옹고집!… 간단한 준비동작을 서둘러 마치고 지체없이 곧바로 등산길에 오른다.

등산 초입에서 맞은 밤나무 군락지! 6월에 피는 밤꽃이지만 6월의 끝자락이여서인지 이미 지고 시든 락화만 등산로를 자유롭게 수놓고 있다. 수컷의 정자냄새와 흡사하다는 밤꽃의 그 독특한 냄새는 여전히 가시지 않고 코끝을 자극한다!

밤꽃 냄새로 맛보기를 하며 등산 초입을 벗어나니 난데없이 나무계단으로 된 가파른 경사구간이 앞을 가로막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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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작부터 진악산은 록록치 않은 모습으로 태클을 걸어왔다!

예고없이 다가온 불청객같은 가파른 계단길에 지레 겁먹은 이름 모를 산꾼 두분이 흰기를 내건다.

어떻게 저토록 쉽사리 포기할 수가 있을까? 거친 숨을 몰아쉬며 축 처진 자세로 뒤돌아서는 씁쓸한 그분들의 뒤모습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가뿐 숨을 토해내며 그렇게 20분간 악전고투하니 가파른 계단 구간이 끝나고 민틋한 능선이 펼쳐진다!

와! 소나무, 참나무, 느티나무... 그외 이름할 수 없는 온갖 나무들로 우거진 숲은 말그대로 거대한 록색 터널을 방불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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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도심과는 딴 세상인 고즈넉한 진악산!

뻐꾹! 지지배배! 깍깍!… 청아한 산새소리와 함께 익어가는 6월의 찬란한 해살을 만끽할 수 있는 또 다른 세상!

록색 터널 속을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거짓말같은 숲의 위로!

무성한 나무잎 사이사이를 비집고 부채살마냥 은빛 해살가루 마구마구 쏟아내는 6월의 진악산 록색 터널 속에서 신비로움을 새삼스레 느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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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산행이란 자연의 품 속에서 미지의 세계를 경이로움으로 바라보며 인생의 깊은 맛을 음미하고 생의 의미를 반추하며 약해지고 작아지는 자신을 소리없이 다독이는 치유의 약손은 아닐가!

땀으로 흠뻑 젖은 온몸을 서늘한 숲 길을 걸으며 식히노라니 아름다운 것들이 소리없이 시선을 타고 하나 둘 안겨온다.

아스라이 높은 바위 틈사리에 뿌리 내린 소나무!

무성한 수풀 속 한켠에 홀로 수줍은 듯 웃고 선 개망초와 털죽개나리!

로송의 가지에 앉아 재롱을 부리는 다람쥐의 귀여운 모습!

널다란 너럭바위를 록색으로 물들인 푸른 이끼!...

타자의 자리를 부러워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탓하지 않으며 사이좋게 저마다의 위치에서 안분지족하며 싱그러움과 꽃 향연을 뿜어내는 나무들과 들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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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저다운 내음과 향기로 자신을 선보이며 더불어 말없이 숲 공동체를 살찌우고 있었다.

숲을 이루고 있는 저 무수한 나무들과 들꽃들처럼 우리 인간족속들도 서로에게 한결같은 따사로움으로 웃어줄 수 있다면, 그리고 한눈 팔지 말고 늘 같은 자리에 머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가! 어제는 망울만 맺혀 안쓰럽던 저 꽃이 아침해살 사랑으로 저리도 활짝 웃고 있음은 오늘이 어제보다 더 아름다운 날이여서 그렇지 않을가!

가녀린 개나리 꽃잎에 코를 대고 피여오르는 향기를 한껏 들이켰다. 이름할 수 없는 쾌감이 온몸을 적신다!

가슴 속마저 이쁜 개나리꽃 빛깔로 살포시 물들었다…

가끔은 끝없는 사막에 홀로 서있는 것처럼 외롭고 쓸쓸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일단 넉넉하고 푸근한 산의 품에 안겨 산새들의 지저귐에 귀 기울이고 화초들의 향연에 취하다 보면 마치 오래 떨어져 있던 련인을 한품에 안은 것처럼 그렇듯 달콤하고 행복함을 가슴으로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시린 마음 꺼내여 싱그러운 향기 묻혀서 노란 개나리 숨소리처럼 고르롭게 불다보면 어제는 못 피웠던 꽃송이지만 오늘은 찬연하게 웃음지으며 아름답게 피여나지 않을가. 개나리도, 개망초도 그리고 소나무도 참나무도 싸리나무도 어느 하나 수심에 잠겨 있는 것이 없다. 저마다 생기발랄한 모습으로 행복함을 드러내고 있다.

자기를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다. 저 꽃들과 나무들처럼 인내하고 즐기면서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게 어쩌면 인생이 아닐가 조용히 생각해본다.

바깥은 3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로 몸살을 앓고 있었지만 숲속 록색 터널은 그야말로 형언할 수 없는 지상락원이다! 그 모든 것은 두말할 것 없이 아낌없이 주고 또 주는 나무의 헌신때문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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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보며 생각하며 오르다보니 돛대처럼 치솟은 도구통바위(절구통바위)도 어느덧 눈앞에 나타났고 얼핏 봐도 수백년은 되였을 아름드리 느티나무의 신비로운 모습도 시선에 안겨든다.

억센 줄기는 강인한 의지를, 고루 펴진 가지는 조화된 질서를, 단정한 잎들은 례의를 나타내는 듯 싶었다.

거짓없는, 있는 그대로의 참모습을 바라보며 인간은 어디까지나 때때로 유위적이지만 자연은 언제나 무위적임을 새삼스레 느꼈다.

얼핏 보기엔 진악산은 육산이지만 산행 중반을 넘어 정상 가까이 다닿게 되면 숨은 암릉들로 속살을 오돌차게 채운 골산임도 깨닫게 된다.

도구통바위를 뒤로하고 물굴봉을 지나 드디어 정상(관음봉 해발737M)에 도착!

야호!

산 정상에서 푸른 창공을 바라보며 생각의 갈피를 추슬러본다!

내가 살아온 세윌, 내가 살아가야 할 세월, 내가 걸어 온 길, 내가 가야 할 곳!

그리고 산 정상에서 아득히 바라보이는 대둔산, 서대산, 천태산들의 뭇 봉우리들을 이윽토록 바라보면서 세상 그 어떤 풍경보다도 아름다운 꿈의 샹그릴라는 결국 내 안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랑이 누군가에 의해서 갖게 되는 설레임이라면 산행은 나무와 꽃과 바위와 계곡을 통해 지친 심신을 다독여주는 따뜻한 손길임을 느낄 수 있어서, 그리고 푸른 숲 속에는 나무와 풀만이 있는 것이 아닌, 그 속에는 이름없는 수많은 생명이 존재하고 그들이 사는 모습 안에 인간을 향한 무수한 은유가 존재함을 터득할 수 있어서 진악산 산행은 더없이 보람되고 소중한 시간이였다!

6월의 록색 터널 속에서 내 마음도 풀빛으로 싱싱하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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